전국 40개 의과대학이 예상을 훌쩍 웃도는 3401명 증원을 요청한 데 대해 정부에서도 ‘뜻밖이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묶여 있던 대학 정원 확대 수요가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정원 확대는 영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가 ‘신청하지 않은 대학에 인원을 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입장을 편 것도 대학들의 위기의식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학년 정원이 50명 아래인 ‘미니 의대’가 많은 지방 대학이 지난해 말 수요조사 때보다 공격적으로 증원을 신청했다. 3401명 중 72%(2471명)가 지방대 요청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 의대, 지방 필수의료, 소규모 의대를 중심으로 인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호응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인천 대학의 증원 요청 규모가 컸다. 경기와 인천에 있는 5개 대학(성균관대, 아주대, 차의과대, 가천대, 인하대)에서 565명을 신청했다. 평균 113명씩 증원을 요청한 셈이다. 이들 대학은 정원이 40명대인 미니 의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 중 고려대와 연세대는 각각 10명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는 30명, 서울대는 45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르면 나머지 4개 대학(가톨릭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이 평균 67명 정도씩 적어 낸 것으로 분석된다. ‘빅5’ 중 하나로 불리는 울산대는 40명인 정원에서 110명을 늘리고 현재 정원이 49명인 충북대는 201명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위상을 높일 기회이기도 하다.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기 전부터 의대 유무는 학교의 명예와 위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소위 ‘입결’(입시결과)로 불리는 대학 순위도 의대 유무에 따라 크게 갈렸다. 지방대에는 의대를 통해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대들이 미달 걱정 없이 정원을 늘릴 기회로 생각한 듯하다”고 전했다.
교육부의 단호한 대응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2일과 29일 전국 40개 대학에 두 차례 보낸 공문에서 ‘추가 신청’이나 ‘신청 기한 연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신청서를 내지 않은 대학은 증원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 대학 총장은 “대학들 분위기를 볼 때 상당히 공격적으로 쓸 것으로 예상했다”며 “원하는 수를 받지 못할 것 같아 가능한 인원보다 20~30명 더 적어냈다”고 했다.
강영연/김대훈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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